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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방송] 고려일보 문예 페이지와 고려인 한글문학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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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월곡고려인문화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781회   작성일Date 23-07-11 09:43

    본문

    [고려방송] 고려일보 문예 페이지와 고려인 한글문학
    재소고려인들의 모국어신문 고려일보는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23년 3월 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삼월일일’이라는 이름으로 창간되었다.

    이 신문은 제4호부터 제호를 ‘선봉’으로 변경해 발행되다가 고려인 강제이주를 앞둔 1937년 9월 12일 1644호를 내고 폐간되었다. 그리고 1938년 5월 15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레닌기치’라는 이름으로 복간되어 고려인들의 입과 귀의 역할을 다해오다가 1991년 1월 1일 지금의 ‘고려일보’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사진1 : 대표적인 고려인 한글문학 작가들. 앞줄 왼쪽부터 소설가이자 시인인 김준, 고려인 항일운동가 인명사전을 편찬한 김마트베이, 뒷줄은 부주필 염동욱, 문학평론가 정상진, 소설가 김세일이다. (1960년대 초반) 사진2 : 고려일보 신문사가 개최한 문학 특강에서 강연하는 김 아나똘리 소설가와 이를 경청하는 신문사 사원 및 고려극장 단원들 (1983년 고려일보 신문사) 사진3 : 신문 기사 「문예 페-지를 발행하면서」 《선봉》 신문 (1933년 10월 3일)/고려인마을 제공

    이 신문이 고려인들의 역사문화 전반에 끼친 공로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공헌을 들라면 아마도 한글을 보급하고 한글문학을 발전시킨 일일 것이다. 특히 고려인 한글문학은 전적으로 이 신문을 중심으로 발달, 전개되었다. 대부분의 한글문학 작가들이 고려일보사에 기자로 들어가 일하면서 합심하여 한글문단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고려일보는 창간 초기부터 폭넓은 지면을 할애해 기존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신예작가들을 등단시키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논평을 실었다. 당시는 연해주에 380여 개의 민족학교가 활동하고 있어서 지식에 대한 고려인들의 욕구가 한껏 분출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고려일보는 여러 작가와 독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1933년 10월 3일 역사적인 ‘문예페이지’란을 개설했다. 신문사 편집부는 문예페이지 발행의 변을 다음과 같이 공표했다.

    “원동 고려인들의 문화 정도가 나날이 향상됨과 함께 문화생활에 없지 못할 문예의 요구열도 점점 높은 도수를 표시하게 된다.

    ‘선봉’은 자기 독자들의 이에 대한 요구와 갈망을 헤아리지 못하였거나 저버리려 한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도 제한된 지면 관계, 기타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한동안 문예 재료를 싣지 못하여 왔다. … 그리고 근자에 조직된 연해주 소비에트 작가동맹 고려분과 회의에서 ‘선봉’에 문예페이지를 두어 달라는 요구의 결정까지 있었다. 그러므로 ‘선봉’사 편집 당국은 그 요구를 반갑게 승인하면서 당분간 매월 2회로 문예페이지의 발행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개설된 문예페이지는 다양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권위 있는 작가들의 품평을 거쳐 투고된 작품의 질적 향상을 견인하면서 고려인 한글문학을 빠르게 선도해나갔다.

    그리하여 이 신문은 강제이주로 인해 폐간되었다가 복간된 후에도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문예페이지를 부활시켰으며 이에 작가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을 쏟아냈다.

    그들은 의욕과 작품은 넘쳐나는 데 비해 실어줄 지면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늘 신문사에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그렇게 중앙아시아 고려인 작가들은 한반도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도 모국어신문을 통해 1980년대까지 한글문학을 활짝 꽃피워냈다.

    고려일보가 있었기에 고려인 한글문학 작가들은 모국어로 글을 쓰고 작품을 투고하였고 독자들은 지면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조상들이 물려준 말과 얼과 전통을 지키고 그것을 시대에 맞게 전승해나갈 수 있었다. 한 세기를 이어온 고려인의 모국어 신문 고려일보는 지금도 고려인들의 굳건한 모국어 기반이자 보루다.

    김병학 월곡고려인문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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