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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방송] 광주고려인마을, 강태수 시인의 ‘밭 갈던 아씨야’ 연대시 낭독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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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월곡고려인문화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06회   작성일Date 24-05-25 09:22

    본문

    [고려방송] 광주고려인마을, 강태수 시인의 ‘밭 갈던 아씨야’ 연대시 낭독
    ‘연해주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죄로 ‘인민의 원수’로 몰려 21년 유배
    광주 고려인마을은 지난 21일 고려인문화관 개관 3주년 기념식을 맞아 마을해설사들이 무대에 올라 강태수 시인(1908-2001)의 시 ‘밭 갈던 아씨야’를 연대시로 낭독했다고 25일 밝혔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날 낭독된 ‘밭 갈던 아씨야’는 함경남도 이원군 출신 강태수 시인이 1937년 강제 이주 열차에서 창작한 시다. 당시 강태수 시인은 1931년 국내외 최초로 개교한 고려사범대학 조선어문학과 학생이었다.

    강제이주 이듬해인 1938년 이 시가 고려사범대학 벽신문에 나붙었고, 이것이 고려인 지식인 사회에 큰 소동을 일으켰다.

    * 고려인문화관 개관 3주년 기념식을 맞아 마을해설사들이 무대에 올라 강태수 시인(1908-2001)의 시 ‘밭 갈던 아씨야’를 연대시로 낭독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이 시는 순수한 서정시였지만 당시의 엄혹한 상황에서는 몇몇 문구가 얼마든지 불온한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었다.

    결국 강태수 시인은 당국의 정책에 반대하고 극동 연해주를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무려 21년 동안이나 강제유형과 거주지 제한 생활을 해야 했다.

    이 사건 이후로 고려인 작가들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조국’ 이나 ‘원동(극동 연해주)’ 이란 단어를 쓰지 못했다. 부득이 ‘조국’ 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면 반드시 ‘소비에트(조국)’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했다.

    강태수의 이 시는 고려인 작가들에게 숨 막히는 계절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카나리아 새였다.

    ‘밭 갈던 아씨에게’ 전문은 다음과 같다.

    밭 갈던 아씨야!/ 이 가없는 벌판에/ 땅거미 살며시 기여들어/ 모드를 거무슥 물들일 즈음/ 나는 차장에 목을 내밀고/ 네가 갈던 밭과/ 내가 뜨라또르(트렉터)에서 내려/ 기꺼이 걸어가던 그 모습/ 다시 한번 보구지여라/

    내가 이렇게 차창가에 기대여/ 속 타는 그리움에 시달리는 중/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너는 아마 잠 이루지 못하고/ 비인 머리맡에 눈을 던지면서/ 말 못하는 베게나 못살게 구느냐?/ 너는 문을 열지 말어라/ 사랑하는 사람에겐/ 따로 문이 없다/

    이 하늘 같은 벌판을/ 갈아 번지는 내 몸을/ 이빨이 억센 바람은/ 몇 천 번 물어뜯었으며/ 굿은 빗발은 몇 만번/ 내 옷을 적시었느냐?/ 아씨야. 언제야 밭머리에 서서/ 팔 소매 걷어올리는 사랑에/ 너는 무엇을 선보이려나?/

    나는 어저게 처녀림 속에서/ 아침 추위에도 땀 흘리며/ 나무 베이는 사람들 보았다/ 저 사람 드문 골짜기에서/ 철길이 상할가 한 가래 두 가래/ 흙을 파 올리던 그 늙은이/ 그야말로 순실 그것이었다/ 그런데 내 몸과 마음 왜 헐 값이라/ 밭 갈던 아씨야/ 너는 내게 뭘 충고 하려나?/

    큰 마음먹고 이 몸이 바라건데/ 내 브리가다에 들어서/ 너와 함께 손 잡고 몸 받쳐/ 이 벌판 죄다 갈아 번지고/ 솜씨있게 씨앗 뿌리고/ 알뜰히 가꾸고 가꾸어/ 북 치며 풍년놀이 하려는데/ 사랑아, 잊지 못할 내 아씨야,/ 너는 네게 무엇을 가르치려느냐?/

    한밤의 벌판에 외로운 기적소리,/ 지금 나는 너를 찾아가느냐/ 너를 두고 떠나가느냐?/ 우리 마을 뒷산은 보이지 않는다/ 밝는 날은 어제일가 그제일가/ 북두는 말없이 지평선에 떨어지며/ 마음은 너를 찾아 달음박질,/ 아, 아직도 동녘은 껌껌나라,/ 어서 동이 트고 날이 밝아야 우리는...
    (1938년)

    고려방송: 안엘레나(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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